바다소년의 넋두리2009. 1. 30. 21:34
 전 바다를 사랑합니다. 

 바다가 가진 무한한 포용력과 화나면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그 광포함 또한 사랑합니다.

 제가 언젠가 자유로운 해적...이라는 말을 했더니 어떤분께서 저에게 남긴말이 생각납니다.

 그 자유가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자유가 될 수도 있고 억압과 약탈의 상징이 될 수도 있다고...

 그럴수도 있겠죠...

 하지만 전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저도 여러문학소설과 영화에 나오는 낭만을 가진 해적에 대해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제가 생각하는 해적깃발의 의미는 저만의 자유를 의미하기에 하는 말이죠.

 해적은 고대부터 있었습니다. 기원전 600년경 그리스 사모스 섬의 왕 포로크라테스는 수십척의 갤리선을 거느리고 해적질로 부를 쌓았으며, 기원전 81년 로마의 카이사르는 에게해에서 해적에게 잡혀 몸값을 지불하고 풀려난 후 즉시 토벌군을 이끌고 역습하여 이들을 일망 타진했었죠.

8~10세기경 수많은 소설과 영화의 소스를 제공했더 바이킹은 영국해협과 유럽각지를 휩쓸었고, 12세기에는 슬라브족 해적이 발트해를 석권했었죠.

 하지만 해적이 국가의 비호를 받으며 생활했던 적도 있었답니다. 사략선이라고 많이들 들어보시지 않으셨어요? 환타지나 게임에서 많이 모티브르 따 쓰는데 사략선이란 국가의 인정을 받은 한마디로 공인 해적이라 할 수가 있죠. 16세기말에 영국과 스페인의 식민지 확보 경쟁에서 교전상대국의 배를 약탈해도 좋다는 사략 특허장을 무기로 공공연히 해적질을 하던 이들이 사략함대였죠. 이들은 두나라의 제해권 쟁탈전에서 큰역활을 했고, 1588년에 영국함대의 일원으로 스페인의 무적함대 Armada Invincible(제기억에 그라나나 에스퍄냐였던가? 게임이름과 제가 혼동하고 있는 듯도 합니다만)를 물리친 켑틴 드레이크 등의 명장들은 퀸 엘리자베스에 의해 등용된 사략선 출신 지휘관들이죠.

 17세기초 유럽 국가간에 평화로 설자리가 없어지자 해적들은 유럽의 국제법이 적용되지 않는 아메리카 수역으로 이동했고, 이무렵 카리브해에서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해적 외에 또다른 해적이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바로 "버커니어(buccaneer)"라 불리는 이들이었답니다.

 본래 버커니어는 짐승을 잡아 그 고기를 훈제하여 생계를 꾸리는 인디오들을 일컫는 말이었으나, 스페인에게 박해를 받던 인디오들이 할 수 없이 해적질을 하게 되자 해작을 가리키는 이름이 되었습니다. 거의 요즘 아시아권에서 활동하는 이른바 생계형 해적들의 조상인 격이죠. 이들과 유럽계 해적들이 다투어 해적질을 함에따라 종종 해적간 충돌도 일어났지만, 카리브해일대에는 스페인의 영토가 많았었기 때문에 스페인 선박들이 주된 약탈대상이었고 이들의 상투적인 수법은 돛대를 눕혀 난파선으로 가장하거나 초라한 어선으로 꾸며 스페인 상선에 접근하여 상대의 허를 찔러 습격하는 방법이었죠.

 우리가 영화나 소설에서 흔히 보는 포격전을 하는 해적들은 돈이 많은 사략선이나 유럽계 해적들의 모습이고 요즘 아시아권의 해적들처럼 적을 방심케하고 헛점을 찌르는게 버커니어라고 보면 되겠죠.

 17~18세기에 해적들의 전성기라고 볼 수 있고, 18세기초에야 비로소 우리가 흔히보는 해골이 그려진 해적 깃발이 등장하게 됩니다. 초창기 해적깃발은 다양한 색깔과 디자인을 가지고 있었고 우리가 흔히 아는 뼈를 교차한 X위에 놓인 해골은 멕시코 인디오의 일종인 톨렉족의 신앙에서 비롯됩니다.

 툴텍족은 마야인들이 고도 문명을 이룩하고 있던 유카탄 반도에 침입하자마자 마야의 자비롭고 온건한 신들을 내쫓고 피에 굶주린 신을 섬겼는데 그들의 왕이자 또한 신으로 추앙받는 케살코아틀은 톨텍족의 상징과 같은 존재로 군림하였고 그 상징은 무서운 방울뱀의 모습이었습니다. 11세기에 마야와 톨텍의 문화가 차츰 혼합되었으나, 새로운 잔인한 경향만이 남아 신전내부를 불길한 무늬로 장식했는데 불길하고 공포스러운 분위기 조성을 위해 자주 사용되던 주소재가 해골이었죠. 훗날 18세기무렵 인디오출신으로 추정되는 해적에 의해 처음 사용되었던 깃발이 비로서 우리가 알고 있는 해적 깃발의 형상이 되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해적과 해적깃발의 유래에 대한 역사공부 비슷한 주저리 주저리가 되어버렸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세상어디에 사연없는 사람이 어디있겠냐마는...

 해적처럼 몰리고 몰려서 어디 갈 곳이 없어 해적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지상에서의 도둑질은 발길닿는 대로 도망다니면 어딘가로 달아날 수도 있지만 해적은 배가 침몰당하면 어디 도망갈 겨를도 없고 그대로 고기밥이 될 수 없는 정말 최악의 근무환경을 자랑하는 직업이죠. 17세기초 버커니어처럼 강국의 억압에 살기위해 생계를 위해 해적이 되는 것처럼요. 굳이 함상전처럼 전투가 벌어지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제때 약탈을 통해 보급품을 구하지 못하면 탈수증이나 굶어 죽는 경우도 허다하고, 역병이 돌아 멋도 모르고 떼죽음 당하는 경우도 많았을테고 폭풍우에 의해 그대로 수장되어버리기도 하겠죠.

 이런 상황에서 당당하게 해적기를 내건다는 건, 뭐 상선의 입장에서 볼때는 약탈에 대한 공포를 불러일으키기도 했겠지만 이 모든 불리한 환경을 뚫고서라도 먹고 살아남기 위해 바다에 배를 띄웠다는 당당한 선포가 아닐까요?

 그런 이유에서 저는 해적기를 자유의 상징이라고 표현할 것입니다.

 물론 제가 대한민국 백골부대에 복무하고 있으면서 백골마크에 대한 자부심도 많아 거부감이 없다는게 한 몫도 하고 있겠지만, 휴대가능한 첨단 모바일 기기를 활용해서 언제 어디서나 제가 원하는 기능을 사용하는 자유를 바라고 또한 제가 상당히 애용하는 무선에서 자유를 주는 블루투스도 노르웨이 해적의 이름을 따서 만든 이름이잖아요.

 전 바다를 사랑합니다. 그리고 그 바다 위를 수많은 제약을 헤치고 자유롭게 사는걸 꿈꾸는 해적과 유선에서 벗어나 여러기능을 즐기고 자유롭게 이동하며 컴퓨팅하는 꿈을 꾸는 디지탈 노마드인 저또한 사랑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자랑스럽게 해적깃발을 휘날리렵니다. ^^


Posted by 바다소년